CT, MRI, PET 같은 영상검사를 마쳤습니다. 주위 가족들이 이렇게 물어보실 것입니다.
“이제 MRI 검사를 하였는데, 도대체 진단이 뭐래?”
그런데 의료진은 명확한 진단을 내려주지 않습니다.
“이런 병일 것 같지만, 저런 병일 수도 있고, 그런 병일수도 있고… 여러 가능성이 있으니 조직 검사를 해봐야 알 것도 같고…”
“검사는 했는데, 의료진이 아직 잘 모른다 하네요. 기다려 보래요..”
이렇게 가족들께 말씀 드리면서도 가슴은 너무 답답합니다. 의료진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?
영상검사에는 당연한 한계가 있습니다. 이 안내문은 그 부분을 설명드리기 위한 것입니다.
영상검사? 그것도 결국은 사진일 뿐 입니다
CT든 MRI든 PET든, 모두 몸속을 찍은 사진입니다. 아무리 과학적이고 정밀한 것 같아도, 사진은 사진입니다.
이렇게 생각해 봅시다.
카카오톡으로 누군가의 사진 한 장을 받았습니다. 그 사람이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, 사진만 보고 알 수 있을까요?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. 웃는 사진이어도 나쁜 사람일 수 있고, 험악한 사진이라 해도 만나보면 착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.
정확히 알려면 직접 만나봐야만 합니다.

영상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. 몸속에 뭔가 보인다고 해도, 그게 실제로 무엇인지는 직접 만나서, 조직검사 하여 확인하기 전까지 100% 알 수 없습니다. 영상에서 나쁜 병처럼 보여도 조직검사를 해보면 정상인 경우가 있고, 별문제 없어 보여도 실제로는 나쁜 병인 경우도 있습니다. 이건 장비가 나빠서도, 의사 실력이 부족해서도 아닙니다. 사진이라는 도구 자체의 한계입니다.
사진이 부족하면, 더 많이 찍어봅니다
그렇다면 직접 만나기 전에 좀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?
사진 한 장으로 모르겠다면 이렇게 해볼 수 있습니다.
“밥 먹는 사진도 보내봐. 일하는 사진도 보내봐. 친구들이랑 있는 사진도 보내봐.”
사진이 많아질수록, 여러 상황을 볼수록 그 사람을 조금 더 잘 알 수 있게 됩니다. 완벽하진 않지만, 사진 한 장보다는 훨씬 낫습니다.
CT, MRI, PET을 함께 시행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. 각 검사는 서로 다른 정보를 보여줍니다.
| 검사 | 주로 보여주는 것 | 비유 |
|---|---|---|
| CT | 병변의 형태, 크기, 위치, 뼈, 폐가 더 자세히 잘보임 | 얼굴 사진 |
| MRI | 말랑한 뇌, 연부조직 사이의 구분이 더 잘됨 | 표정이 담긴 사진 |
| PET | 포도당의 섭취율,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는가 | 일하는 모습 사진 |
이렇게 여러 검사를 함께 하면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. 하지만 아무리 사진을 여럿 찍어도,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100%를 알 수 없다는 한계는 여전히 남습니다.
그래도 만날 수 없다면, ‘시간’이라는 정보를 더합니다
조직검사나 수술 자체가 위험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.
- 병변이 너무 깊은 곳, 중요한 장기 근처에 있거나,
- 검사 자체가 아이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경우입니다.
또는 치료를 마쳤는데 병변이 남아 있어서, 이것이 살아있는 종양인지 이미 치료된 죽은 조직인지 판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.
이럴 때 추가할 수 있는 정보가 바로 시간입니다.
쥐 한마리 이론
쥐 한 마리가 있는데,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.
자는 건지? 죽은 건지? 모르겠습니다. 직접 만져볼 수 있다면 바로 알겠지만, 지금 바로 만날 수도, 만질 수 없는 상황입니다.
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? 한 달 뒤에 다시 사진을 찍어봅니다. 한 달이 지나도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면, 자는 것보다는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.

추적 검사가 필요한 이유
“3개월 후에 다시 찍어보자”는 추적 관찰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. 좀 더 확실히 알기 위해 시간에 따른 변화라는 정보를 추가하는 것입니다.
| 시간이 지난 후 변화 | 알 수 있는 것 |
|---|---|
| 병변이 작아지거나 사라짐 | 치료에 반응을 보이고 있거나 흉터 조직이 흡수되고 있을 가능성 |
| 병변이 그대로 유지됨 | 병변이 활동을 잠시 멈춘 동면상태이거나, 치료된 흉터 조직일 가능성 |
| 병변이 커지거나 새로 생김 | 종양이 살아서 활동하는 것을 시사 |

진실은 하나입니다 — 우리는 지금 그것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다
지금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, 그 답은 이미 하나로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. 병변이 무엇인지,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.
진실은 존재합니다. 다만 우리가 아직 그것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면,
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보를 하나씩 쌓아가는 것입니다.
정보가 쌓일수록 진실에 가까워집니다. 100%를 알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,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. 지금 하는 검사 하나하나, 앞으로의 추적 관찰 하나하나가 모두 진실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과정입니다.
“왜 아직도 모른다고 하나”, “검사를 이렇게 많이 했는데 왜 확답을 못 해주나”
충분히 답답하실 수 있습니다. 하지만 의료진은 환자, 보호자와 함께 같은 진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. 지금 이러한 과정들을 아신다면 지금의 과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.
궁금한 점이나 걱정되는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.
이 자료는 연세암병원 소아혈액종양과에서 제공하는 교육 목적의 안내문입니다. 개별 환자의 진단과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십시오.